2025년 한국 경제는 '얼어붙은 건설 경기'와 '되살아나는 소비 심리'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지 지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조심스러운 회복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신호가 혼재하는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본 글에서는 2025년 하반기 경제를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흐름, 즉 건설 경기의 부진과 소비 심리의 회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기회 요인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건설 경기는 단순한 부진을 넘어 '위기' 수준에 도달했음을 각종 지표가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지표를 통해 건설 경기의 심각성을 살펴보면, 2025년 1분기 건설 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3% 감소하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실제 공사 실적인 건설 기성액 역시 2025년 6월을 기준으로 14개월 연속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 침체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산업 위축은 고용 충격으로 이어져, 건설업 취업자 수 또한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5년 4월 기준 2만 6천여 호에 달하며 신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며, 그 주된 원인으로 건설투자가 8.1%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지목했습니다.
이러한 전례 없는 침체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금융 비용과 공사 원가가 급등해 사업성이 악화되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자금 조달 시장을 경색시켜 건설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 침체와 가계대출 규제는 수요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암울한 건설 경기와는 대조적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심리적 요인들은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내수 시장의 버팀목이 될 중요한 신호입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에서 나타납니다. 2025년 1월, 91.2로 비관적이었던 이 지수는 5월에 101.8을 기록하며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는 낙관적 국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이러한 소비 심리 회복의 주요 동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물가 안정 기대감: 향후 1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6%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줄었습니다. 이는 실질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 고용 및 경기 전망 개선: 미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CSI가 18포인트 급등하고, 취업기회전망CSI 역시 12포인트 상승하는 등 미래 소득에 대한 안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금리 인하 및 정부 정책 효과: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고 소비 여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 주력 산업의 호조: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의 수출 호조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온기를 불어넣으며 소비 심리 개선을 간접적으로 견인하고 있습니다.
회복되는 소비 심리는 모든 분야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특정 트렌드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특히 기술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소비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입니다.
첫째, 기술 주도 소비(Tech-driven Consumption) 분야입니다. AI 기술이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관련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윈도우 10 지원 종료와 맞물려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PC에 대한 강력한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스마트홈 구독 서비스와 결합된 AI 가전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난임 및 비만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고부가가치 신약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 증대로 헬스케어 기기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치 기반 소비(Value-based Consumption) 분야입니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소비로 표현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시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의 수요 개선에 힘입어 전기차의 국내 보급이 확대될 것이며,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패션 및 뷰티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입니다. 또한, 억눌렸던 외부 활동 수요가 회복되며 여행 및 레저 산업이 활성화되고,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K-콘텐츠(OTT, 웹툰, 음반) 관련 소비 역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하반기 한국 경제는 '건설 경기 침체'라는 명백한 리스크와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이라는 기회 요인이 공존하는 복잡한 방정식입니다. 건설 부문의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의 싹은 분명히 자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거시 경제의 리스크를 냉철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변화의 흐름 속에서 떠오르는 유망 소비 분야에 주목하는 현명한 이중적 관점(Dual Perspective)이 필요합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는 유연한 사고만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항해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